- 저자
- 보니 가머스
- 출판
- 다산책방
- 출판일
- 2022.06.09
감각적인 책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높은 빨간 구두를 신은 여성이 텔레비전을 들고 있고, 그 텔레비전에는 한 여성이 화학실험을 하고 있다. 감각적인 책 표지만큼이나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조트'는 개성이 강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화학 개론 수업'이나 '화학수업' 정도로 풀이되는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 여성 화학자이다. 독학으로 학사 과정을 마치고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밝혀내지 못한 '진화 이전' 분자의 비밀을 연구하는 화학자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60년대' 미국이다. 교육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던 시대가 아닌가. 대중매체에서조차도 가정을 아빠는 일하러 가고 엄마는 살림하는 모습으로 묘사를 하던 시대에서 화학자라니.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유일한 여자 과학자인 엘리자베스 조크를 향한 시선이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조트는 환경에 굴하지 않았고, 자신의 색을 드러냈다. 조롱 섞인 시선들 속에서도 자신을 오롯이 봐주던 남자 캘빈 에번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둘의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의 티키타카는 박진감이 느껴질 만큼 재미있었다. 캘빈 에번스는 엘리자베스 조트와 결혼을 하여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하지만 엘리자베스 조트는 비혼주의였고, 캘빈과 결혼을 하면 자신의 업적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무슨 일이 생기다니?"
"얘가 도로로 뛰어들지도 몰라. 그러다 차에 치일 수도 있어. 폭죽 터졌을 때 기억 안 나?
내가 걱정하는 건 네가 아냐. 얘지."
이 대화에서 캘빈은 처음 보는 엘리자베스의 단면, 모성애를 보게 되어 속으로 미소를 지었지 지었던 이 장면....
그들의 반려견 여섯 시-삼십 분의 안전을 생각하며 대화한 이 대목이 복선이었던 거지...
그때 바닥에 그냥 있을걸.
불의의 사고로 캘빈을 잃은 엘리자베스의 배 안에는 새 생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성의 권리도 인정이 되지 않던 시대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가 없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조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직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화학자로서의 삶을 살아내는 것에 어려움, 어려움이 더해졌다.
"저를 해고하시는 건가요?"
(중략)
"저는 전염병에 걸린 게 아닙니다. 임신은 콜레라가 아니란 말입니다. 제가 연구소에 다닌다고 다른 사람에게 임신을 옮기지는 않습니다."(중략)
"배짱이 참 대단하군. 여자가 임신하면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건 잘 알 텐데. 게다가 자네는 임신만 한 게 아니라 결혼도 한 했잖아. 그건 수치스러운 거야."
"임신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수치스러운 게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임신으로 태어나는 겁니다."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임신해서 해고당하면, 그 여자를 임신하게 만든 남자도 같이 해고됩니까?"
2010년도 연구소에 다녔던 내가 일반 회사로 옮기면서 본 여러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꼭 했던 말...
"결혼은 했나요?" "임신을 언제쯤 계획하고 있나요?" " 육아에 도움을 줄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일정 기간 야근도 가능한가요?"
결혼과 출산은 1950년대나 2010년대나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데 걸림돌로 작용을 하는 건 매한가지인 거 같아 씁쓸한 대목이다.
과학자의 자녀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안 되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매드가 걷게 되자마자 엘리자베스는 아이가 앞에 놓인 건 뭐든 만지고, 맛보고, 던지고, 튕기고, 태우고, 찢고, 쏟고, 흔들고, 섞고, 튀기고 냄새 맡고 핥아보게 해 주었다.
나름 나도 과학자인 시절이 있었어서 그런지... 깊은 공감을.....
"그래서 비스킷 반죽이 제대로 안 구워진 거구나. 아직도 물 분자가 너무 많아서."
그녀는 연필로 조리대를 톡톡 쳤다. 캘빈이 옆방에서 소리쳤다.
"잘 돼가?"
"이성질화 과정에서 원자를 하나 잃었어. 다른 걸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넌 잭 방송 보고 있어?"
(중략)
"난 단백질 변성 중이라서 안 돼."
개인적으로 제일 코미디 같았던 장면...
작가인 보니 가머스는 올해 예순다섯으로 문학계에서는 후발 주자이다. 작가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차별과 불평등이 만연했던 미국의 1950. 6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대학원, 연구소나 학계부터 꼬마 여자아이, 나이 지긋한 중년 부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의 여성들이 받고 있는 성차별에 대해 꼬집고 있다. 또 작가는 왜 화학이라는 소재를 제목으로 사용했을까. 이 여성의 인생과 화학은 어떤 점이 닮아 있을까. 1편에서 그녀가 [6시 저녁 식사]라는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하게 되는 이유부터 그녀의 아이,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의 만남과 이별이 그려진다. 어려운 형편에 독학으로 공부하고 전문직 여성이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많은 순간들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헤이 지면서 받은 선물, 아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그려졌다. 2편에는 그녀의 아이로 인해 만나게 된 또 다른 인연으로 [6시 저녁 식사]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가 되면서 그녀의 제3의 인생이 펼쳐질 듯하다. 2편도 바로 읽어봐야겠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에 쏟아진 찬사 중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 글이 있다.
과학과 요리와 유머가 섞여 촉매제가 된다.
중요한 점은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한계'하는 개념을 받아들이길 거부한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이 우상파괴적인 여성이 겪는 여정은 개인적인 상실부터 가혹한 성차별에 이르기까지, 숨 가 뿔 정도로 다채롭다. 그녀는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할 수 있는 모든 계층과 규칙과 시스템에 도전한다.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에는 단 한순간도 거짓이 없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지금까지도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이야기다.
북페이지
※ 이 책은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삶은 여행 > 독서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5) 용서받지 못한 밤_미치오 슈스케 (2) | 2024.10.22 |
---|---|
(2021.11) 유원 _ 백온유지음 (4) | 2024.10.22 |
(2022.07) 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_민성원 지음 (7) | 2024.10.22 |
(2022.02) 초등수학 만점 공부법_조안호지음 (0) | 2024.10.22 |
(2021. 11) 그 집 아들 독서법 _ 이지연작가 (0)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