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ㅐ ㅇ ㅁ ㅣ 2024. 11. 6. 00:29

몇 해를 알고 지내던 지인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저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일까요. 어떤 한 그룹에서 여러 해를 만나면서도 딱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질 않았던 사람이죠.

그런데요. 어느 우연한 계기로 일대일로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같은 그룹의 구성원으로만 지내던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니 얼마나 어색할까요? 훗,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영혼의 단짝을 만난 것 마냥 급속도로 가까워졌어요.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비슷한 성향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가까워진 만큼 한 번 만나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회고록을 작성하듯 꼼꼼하게 서로를 이야기했고 알아갔어요.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며 눈물도 흘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하게 느끼고 행동했었던 각자의 모습에 깜짝 놀래기도 하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의 삶에 저를 초대했고, 그녀의 일터에 제가 들어가게 되었어요. 공과 사를 같이 해서 그랬을까요. 어느 순간 어느 말투에서부터 삐그덕 대기 시작했어요. 사적인 만남으로 관계를 유지할 때도 가끔 느껴지는 말투에서 '너무 가르치려 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지나갔던 문제들도 공과 사를 함께 하는 사이가 되니 말투 하나에 서로 걸려 넘어지고, 고양이 쥐 쫒듯 자꾸 저를 몰아세우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워낙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까...라고 이해하기엔 조금 힘들었었네요.

저는 그녀의 이런 말투가 매번 거슬렸어요. " 이해됐어요?" "이해가 안 돼요?" "언니, 그건 아니에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끝까지 듣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제 대답을 듣고자 숨 죽이며 기다리는 것도. 가르치려는 말투가 너무 거슬렸어요. 그 말투가 그 단어들이 제 목에 다가와서 턱턱 맞고 떨어졌어요.  어느 순간 그녀에게 말 하나 할 때도 조심해서 하는 제 모습이 보였어요.  그간, 두어 차례 크게 싸웠고, 결국 저에게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그 싸움이 끝이 났습니다. 그때도 생각하고, 지금도 사실 미안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는 일이에요. 다만 이 다툼을 끝내고 싶어서 제가 피한 거죠.

 

그녀의 삶의 터전에 소개되어 새롭게 시작한 일에서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운영진에게 어필한 것이 그녀에게는 제가 돈을 밝히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가계에 도움이 될 정도여야지... 사실 애들 학원비도 안 나올 정도의 돈을 받고자 일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일을 하고 싶다고 어필했는데 그게 그녀 눈에는 돈을 밝히는 속물로 보였나 봐요.

"언니, 저는 언니가 돈을 밝히는 그런 사람인지 몰랐어요"라고 해서 다툼이 있었고, 두 번째는  기억도 안 나네요. 아무튼 두어 번의 큰 다툼이 있는 뒤로는 말 하나하나 할 때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무섭고요. 또 어떤 말꼬리를 잡을는지 싶어서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 그녀가 말하더군요. 지쳤다고 저한테 신경 안 쓰고 싶데요. 그래서 여기까지만 하자고요. 

 

사람 간의 관계가 이렇게 쉽게 끊기는 줄 몰랐습니다. 서로 대면대면 했던 사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겠는데.... 우리는 개인사를 너무 많이 공유한 사이인 거죠.. 앞으로 직장에서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서 더 이상은 신경 쓰기 싫어요. 나이 들어서 이렇게 고등학교 학생 때처럼 감정싸움을 오랜만에 했네요. 그녀 말대로 저도 너무 지쳤습니다.